대통령한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지난 일요일인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부부 만찬장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을 묘사한 또다른 참석자의 말이다.

홍준표가 달라졌다. “당원과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지난주의 결기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비주류’의 전투성도 약화됐고 ‘주류’의 냄새가 조금 나기 시작했다.

과연 홍 최고위원에게 지난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월 10일 최고위. 당 회의가 열리면 홍 최고위원은 항상 저런 표정이다>    

홍 최고위원의 ‘변신’은 지난 21일 최고위에서 시작됐다. 당내 개헌특위의 최고위 기구화와 정책위 기구화를 놓고 최고위원간의 팽팽한 접전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당 기구화 반대의 선봉에 섰던 홍 최고위원은 갑자기 입장을 번복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최고위 자리를 박차고 나가 “(개헌)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기자회견을 열 당시 홍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닌 묵인”이라며 사실상 당 기구화에 손을 들어줬다.
안상수 대표를 제외하곤 최고위원 4:4의 균형추가 홍 최고위원의 변신으로 무너져내렸다. 주춤거리던 여당 내 일각의 개헌 추진에 다시 동력을 마련해 준 것이다

 
지난 23일 최고위에서는 한술 더 떴다. 안상수 대표가 강성 친이계 성향의 최병국 의원을 당내 개헌 특위 위원장으로 지명하자 홍 최고위원은 “적임자”라며 찬성했다. 친박계의 서병수 최고위원 그리고 나경원 최고위원은 반대의사를 밝힌 상황이었다.

 검찰 선후배인 최 의원과 홍 최고위원의 사이는 별로라고 알려져 있다. 굳이 ‘묵인’할수도 있었던 것을 “적임자”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2월 9일 개헌의총장.  서로가  모두 긴장관계인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녁에 뭐 먹지?"

이날 또한 원희룡 사무총장이 상정한 427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 명단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분당을에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강재섭 대표에게 유리한 공심위원 명단이었지만 홍 최고위원은 침묵했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속닥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다 해 먹는다”며 비주류 최고위원 오찬까지 마련해 ‘농성’까지 한 홍 최고위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주와 이번주의 홍 최고위원을 가르는 사건은 하나.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 부부 만찬이다.

홍 최고위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날 만찬에 앞서 이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청와대 핵심부로부터 개헌특위 위원장을 제안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이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제안받은 바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분명한 답변을 하던 모습과는 달리 홍 최고위원은 답변에 앞서 약간 망설였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제안’을 받았을 수도 있다. 총리나 법무부 장관일수도 있다. 물론 19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입각할 가능성이 없다는 일리있는 반론도 있다.

혹은 4월 재보선 후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네가 출마하면 이번에는 널 돕겠다”는 모종의 암시를 받았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지원만 있었다면 아니 대통령이 중립만 지켰다면 지난 전당대회에서 홍 최고위원은 승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날 만찬에서 홍 최고위원의 태도는 다르게 해석되야 할지도 모른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다음날 신문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2월 9일 개헌의총장에서 오랫만에 일심동체가 돼 졸고 있는 지도부. "개헌 개헌 타령 지겹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산행 얘기 뒤끝에 “저도 산에 갔는데, 골프장을 갔다 왔다. 가보니 공도 잘 안맞고, 골프장도 잘 안되더라”고 대꾸하거나, 앞서 이 대통령이 일부 주류 지도부들과만 안가회동을 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옆자리 참석자들에게 “너희들끼리 쑥덕쑥덕 하지 않았느냐”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는 등 여전히 앙금이 남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날 이 대통령과 홍 최고위원의 교감이 있었다면 ‘뼈 있는 농담’은 혹시 ‘애교’일지도 모른다. “대통령한테 사랑받고 싶어 하는것 같았다”는 또다른 참석자의 말도 걸리는 부분이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홍 최고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MB: 오늘 산에 갔다왔다
홍: 저도 오늘 산에 갔다 왔습니다
MB: 어디 산에 왔다 갔니
홍: 골프장 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머리가 아프고 해서 그런지 공이 좀 안 맞더라구요
MB: 난 골프친 지 오래됐다.”

“공이 안 맞더라”는 말에 ‘삐딱한’ 해석을 보태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둘의 대화에서는 정감있게 들릴수도 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간이 그 답을 줄지도 모른다. 아무튼 '온순모드'로 변해버린 독고다이 홍 최고위원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참조:사진은 모두 경향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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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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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단 2011/02/25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홍준표의원 믿지 않았으니, "역시나", 한마디면 되지만,
    진짜 궁금한건, 강기자님이
    이전의 칼럼을 쓰실때 정말 홍준표의원말을 믿으셨던건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본인의 의견은 접어두신채, 사실 보도를 위주로 쓰신건지요?
    저는 홍준표의원 얼굴에서, 이명박대통령 얼굴이 보이는데, 강기자님은 저하고 인상보는 법이 조금 다른가 봅니다.

    근데, 김무성의원은 어떡하죠?

    정치인들중에 염치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나 봅니다.

  2. 독자 2011/02/25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이 글 왜 이렇게 웃기지요.
    개그 포인트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큭큭 거리게 되네요(특히 사진 설명 대~~박!).
    한나라당으로 갈때부터 스텝 꼬인 것 같이 보이는 홍준표 최고의원이라 애증이 있는데요.
    그래도 독고다이 으릉릉 거릴때 매력있는 그가, 조용하다니 왠지 김 새는 느낌도.
    디테일하게 현장의 속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3. 한마디로 2011/02/27 2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스로 가치를 깎아 먹는 일을 하고도
    알지 못하니 발전이 없는 것 아니겠는지요.
    미래가 없는 것이지요.
    기다림이 없이 과실을 따려하니...
    기다림에 있어서는 박근혜 전대표를 따라 갈 사람이 없는 듯하고,
    정치판단력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에 박근혜의원을 따라갈 사람이 없는듯 합니다.

  4. 딸기 2011/03/29 1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좀 마니마니 올려주시압~~